지금 당신은 / 도종환 지금 당신은 지금 당신은 도종환 외롭다 외롭다 말하면서 당신은 당신의 외로움을 버리고 싶어합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당신은 사랑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지친 모습으로 서서 그리웁다 말하며 당신은 당신의 그리움을 이 거리 어디에다 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하.. 도종환******* 2013.03.14
산맥과 파도 산맥과 파도 도종환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놓은 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 도종환******* 2013.02.16
희망 희망 도종환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 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 도종환******* 2013.02.06
겨울 골짝에서 겨울 골짝에서 도종환 낮은 가지 끝에 내려도 아름답고 험한 산에 내려도 아름다운 새벽눈처럼 내 사랑도 당신 위에 그렇게 내리고 싶습니다 밤을 새워 당신의 문을 두드리며 내린 뒤 여기서 거기까지 걸어간 내 마음의 발자국 그 위에 찍어 당신 창 앞에 놓아두겠습니다 당신을 향해 이.. 도종환******* 2013.01.25
사랑의 침묵 rㅏ랑의 침묵 도종환 꽃들에게 내 아픔 숨기고 싶네 내 슬픔 알게 되면 꽃들도 울 테니까 얼음이 녹고 다시 봄은 찾아와 강물이 내게 부드럽게 말 걸어올 때도 내 슬픔 강물에게 말하지 않겠네 강물이 듣고 나면 나보다 더 아파하며 눈물로 온 들을 적시며 갈 테니까 겨울이 끝나고 북서풍.. 도종환******* 2013.01.05
사연 사연 도종환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하는 게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 도종환******* 2012.12.04
단풍 드는 날 가을연가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도종환******* 2012.11.17
그대 떠난 빈 자리에 그대 떠난 빈 자리에 도종환 그대 떠난 빈 자리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리라 천둥과 비오는 소리 다 지나고도 이렇게 젖어 있는 마음 위로 눈부시게 환한 모시 저고리 차려 입고 희디흰 구름처럼 오리라 가을 겨울 다 가고 여름이 오면 접시꽃 한 송이 하얗게 머리에 꽂고 웃으.. 도종환******* 2012.11.05
가을 사랑 가을연가 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도종환******* 2012.10.27
별 아래 서서 별 아래 서서 도종환 별 하나 흐르다 머리위에 머뭅니다 나도 따라 흐르다 별 아래에 섭니다 이렇게 마주보고 섰어도 늘상 견딜수없는 거리가 있습니다 함께 사랑하고 기뻐한 시간보다 헤어져 그리워한 시간이 길었습니다 만났던 시간은 짧고 나머지는 기다리며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 도종환*******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