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 / 오세영 너의 목소리 오세영 너를 꿈꾼 밤 문득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 문턱에 귀대고 엿들을 땐 거기 아무도 없었는데 베개 고쳐 누우면 지척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맷깃 소리. 아아, 네가 왔구나. 산 넘고 물 건너 누런 해지지 않는 서역 땅에서 나직이 신발을 끌고 와 다정.. 시집/사랑하니까 괜찮아 2017.01.06
가을에 / 오세영 가을에 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너와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들이 그러하듯... 아,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 사랑이란 이름 2014.08.28
이별이란 / 오세영 이별이란 오세영 어디에나 너는 있다. 산 여울 맑은 물에 어리는 서늘한 너의 눈매. 눈은 젖어 있구나 솔 숲 바람에 어리는 청아한 너의 음성 너는 속삭이고 있구나. 더 이상 연연해 하지 않기로 했다 이별이란 흐르는 바람인 것을 이별이란 흐르는 강물인 것을 더 이상 돌아보지 않기로 .. 사랑이란 이름 2013.05.23
4월 / 오세영 4월 오세영 언제 우리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 뜨면 문.. 사랑이란 이름 2013.04.28
그리운 이 그리워 (외) / 오세영 그리운 이 그리워 오세영 그리운 이 그리워 마음 둘 곳 없는 봄날엔 홀로 어디론가 떠나 버리자. 사람들은 행선지가 확실한 티켓을 들고 부지런히 역구를 빠져 나가고 또 들어오고, 이별과 만남의 격정으로 눈물짓는데 방금 도착한 저 열차는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실어온 동.. 사랑이란 이름 2013.04.25
아름다움 / 오 세 영 아름다움 오 세 영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지만 아름다움이 제 수명을 다하기란 실로 어렵다 박물관 진열장 고미술품 코너를 가 보아라. 어떤 조각은 목이 달아났고 어떤 도자기는 몸에 금이 갔고 또 어떤 그림은 색채가 누우렇게 바래버렸다 미각으로 말하자면 아름다움이란 달콤한 꿀.. 사랑이란 이름 2013.02.13
사랑 / 오세영 사랑 오 세 영 잠들지 못하는건 波濤다. 부서지며 한 가지로 키워내는 외로움, 잠들지 못하는건 바람이다. 꺼지면서 한 가지로 타오르는 빛, 잠들지 못하는건 별이다. 빛나면서 한 가지로 지켜가는 어두움, 잠들지 못하는건 사랑이다. 끝끝내 목숨을 거부하는 칼 사랑이란 이름 2012.12.02
이별의 말 / 오세영 이별의 말 오세영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기다려 달라는 말은 헤어지자는 말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하는 것이다. "안녕." 손을 내미는 그의 눈에 어리는 꽃잎, 한때 격정으로 휘몰아치던 나의 사랑은 이제 꽃잎으로 지고 있다. .. 사랑이란 이름 2012.11.12
책장을 넘기며 / 오세영 책장을 넘기며 오세영 샛파람 불어 지면은 온통 만남의 이야기이다. 연분홍 처녀들의 다소곳한 기다림과 물 건너서 달려온 초록 사내들의 다정한 눈길, 마파람 불어 지면은 온통 사랑의 이야기다. 격정에 휘몰아치던 그날 밤의 폭우와 땀에 흠뻑 젖은 숲들의 가쁜 숨결, 하늬바람 불어 지.. 시집/사랑하니까 괜찮아 201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