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

길에 서서 / 서정윤

마지막 잎새 2014. 5. 6. 04:46




      길에 서서
      서정윤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을 달려
      여기까지 왔다.
      남들 다 쉽게 지나간 길을
      너만 더 어렵게 왔다.

      나보다 빨리 지나간 사람들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 가서 쉬나
      쉼 없이 달리다가
      이 길의 끝에 닿으면 어떡하나

      이만큼의 길도
      나는 이미 지쳤는데
      그들은 왜 그다지 빨리 가야 하나

      그들은, 쉬는 밤을
      별과 함께 보낼 수 있을까
      별빛이 달려온 거리를
      생각하며 반가이 맞을까

      이러다가 나는
      이 길의 끝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마치지나 않을까
      그저 남들 따라가는 나는

      얼마나 불쌍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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