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마지막 잎새 2014. 5. 30. 09:01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떄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에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핧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홇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마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제1부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중에서


Paper Lace- Love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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