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늣가을 / 김사인

마지막 잎새 2014. 6. 2. 10:57

 

 



늣가을
김사인



그 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
늣가을 스산한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고무신 옮겨보는 것
적막천지
한밤중에 깨어 앉아
그 여자 머리를 감네
올 사람도 없는 흐린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네


제1부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중에서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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