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일찌기 나는 / 최승자

마지막 잎새 2014. 10. 21. 08:44

 




일찌기 나는
최승자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너를모른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 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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