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 원태연 순간 순간 원태연 떠나고 싶어 하지만 한 번도 떠난 적은 없어 이상하지 떠나고 싶어지면 짐을 싸야 하는데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찾고 있으니까 이것저것 묶였고 묶어버린 끈들 때문에 떠나고 싶단 생각도 금방 접어버려 그때마다 난 떠나고 싶어 사랑이란 이름 2014.12.12
사랑 나누기 / 오양심 사랑 나누기 오양심 날개에 불씨를 달고 하늘을 날은다 자유롭다 아니 위태롭다 아니 절정이다 아니 좌절이다 아니 울음이다 작두날 위에서 춤을 춘다 외로움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막이 내린 뒤의 고요 한 점 피묻은 살 사랑이란 이름 2014.12.06
저 깊은 하늘 / 노은 저 깊은 하늘 노은 비 내리는 일요일 우산 쓰고 걷는다 얼굴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사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더욱 벽이라도 한쪽 내려앉은 것만 같다 날이 환하면 환해서 비가 오면 오는 만큼 더 많이 보고 싶은 사람 그가 바라보는 하늘 한 줄기 빗물이 흐르고 내가 바.. 사랑이란 이름 2014.12.05
아무도 몰래 / 강은교 아무도 몰래 강은교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을 만지고 싶네 빛을 향하여 오르는 따뜻한 그 상승의 감촉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의 문을 열어보고 싶네 문안에 피어 있을 붉은 볼 파르르 떠는 파초의 떨림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에 별똥별 하나 던져 넣고 싶네.. 사랑이란 이름 2014.11.28
문 / 조향미 문 조향미 밤 깊어 길은 벌써 끊어졌는데 차마 닫아 걸지 못하고 그대에게 열어 둔 외진 마음의 문 한 쪽 헛된 기약 하나 까마득한 별빛처럼 걸어둔 채 삼경 지나도록 등불 끄지 못하고 홀로 바람에 덜컹대고 있는 저 스산한 마음의 문 한 쪽 사랑이란 이름 2014.11.25
사랑할 때는 / 윤준경 사랑할 때는 윤준경 사랑할 때는 불도 끄지 못했네 사랑할 때는 잠도 들지 못했네 사랑할 때는 꽃도 못보고 사랑밖에는 아무것도 못했네 사랑 엎지를까 봐 모로 눕지도 못했네 뒤도 돌아보지 못했네 그대만 보고 가다가 넘어진 줄도 몰랐네. 사랑이란 이름 2014.11.24
눈물 / 문정희 눈물 문정희 네가 울고 있다. 오랫동안 걸어 둔 빗장 스르르 열고 너는 조용히 하늘을 보고 있다. 네 작은 몸 속 어디에 숨어 있던 이 많은 강물 끝도 없이 흐르는 도끼 소리에 산의 어깨도 무너지고 있다. 사랑이란 이름 2014.11.18
죽도록 사랑해서 / 김승희 죽도록 사랑해서 김승희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정말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가 싫다 죽도록 사랑해서 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 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옥상 정원에서 까맣게 여물고 있는 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 사랑이란 이름 201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