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 정연복 꽃잎 정연복 꽃잎만큼만 살고 싶어라 솜털처럼 가벼운 나비의 애무에도 견디지 못해 온몸 뒤척이다가도 세찬 소낙비의 앙칼진 강탈에는 그 여린 몸뚱이로 꿋꿋이 버티어 내는 저 꽃잎처럼만 살고 싶어라 가볍게, 하지만 가끔은 무겁게 사랑이란 이름 2014.05.05
순간 / 문정희 순간 문정희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사랑이란 이름 2014.05.03
세월 / 윤공강 세월 윤곤강 물처럼 흘려 보냈노라 구름처럼 띄워 보냈노라 서른 해의 나의 세월! 멀미나는 어둠 속에서 지리한 밤이 지새어 가고 젖빛 새벽이 보오얀 제 품 안에 불꽃 햇살을 안고 올 때마다 항상 나는 피보다도 붉은 마음으로 소리 높여 외쳤노라 자랑했노라 이 하늘 밑에 태어난 슬픔.. 사랑이란 이름 2014.04.28
황홀한 모순 / 조병화 황홀한 모순 조병화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 훗날, 슬픔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기쁨보다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훗날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아, 사랑도 헤어짐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것은 씻어 낼 수 없는 눈물인 .. 사랑이란 이름 2014.04.24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사랑이란 이름 2014.04.21
스스로의 외로움을 위하여 / 조병화 스스로의 외로움을 위하여 조병화 아무리 뭐한들 이 외로움 줄 수가 없읍니다 긴 시간 어둠으로 어둠으로 날 같이한 이 외로움 줄 수가 없읍니다 쓸쓸할 때나 즐거울 때나, 내 곁에 날 기른 이 외로움 줄 수가 없읍니다 한두 밤 목슴을 따사로히 한다 해도 이 외로움 줄 수가 없읍니다 사.. 사랑이란 이름 2014.04.16
별을 쳐다보며 / 노천명 별을 쳐다보며 노천명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댓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댓자 또 미운 놈을 혼내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아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지 않은 일들입니다 .. 사랑이란 이름 2014.04.11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사랑이란 이름 2014.04.08
자화상 / 윤동주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 사랑이란 이름 2014.03.11
꽃 /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 사랑이란 이름 2014.02.25